인터넷으로 살 수 없다면 전통주 NO?
주류제조면허와 주류의 통신판매 요건

(사진= 원소주 홈페이지)
(사진= 원소주 홈페이지)

이제는 한 김 식은 듯 하지만 가수 박재범씨가 만든 소주, ‘원소주’는 여전히 한국 증류식 소주시장의 인기스타입니다. 처음엔 술 맛이 아니라 셀럽 홍보효과로 술이 잘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잘 나가는 상품이 좋은 품질 없이 성공할 리는 없죠. 저 역시 실제로 마셔본 뒤틀리지 않게 잘 증류한 좋은 감압증류식 소주라는 평을 내린 바 있습니다.

원소주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던 초창기 시절,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가 힘들던 시절이 있었죠. 전통주는 통신판매가 가능한데 원소주는 전통제법으로 만든 소주가 아니라서 인터넷으로 팔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이게 진짜인 것처럼 회자되곤 했습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틀린 말입니다. 이게 왜 틀렸는지를 알려면 주류제조 면허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주류제조면허와 통신판매입니다.

주류제조면허의 종류

주세법상 술은 소주,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기타주류로 나뉩니다. 각 주종의 술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선 각 항목에 속하는 주류제조면허를 득해야 합니다. 가령 술을 빚어 탁한 부분과 맑은 부분을 각각 약주와 탁주로 상품화해서 판매하고자 한다면 탁주면허와 약주면허가 모두 있어야 하죠. 그리고 만약 제품 라인업에 추가적으로 소주를 넣고 싶다면, 증류식 소주 면허를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종별 면허에도 종류가 있는데, 쉽게 득하기 힘들거나 추가 발행이 되지 않는 면허로 민속주와 농민주 면허가 있고 이외에 시설요건을 만족하면 되는 면허로 일반면허, 지역특산주, 소규모주류제조면허가 있습니다.

1. 민속주

(자료-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제조자를 위한 가이드북 2022)

민속주는 모든 면허 중에서 가장 시설요건 기준이 느슨합니다. 소규모주류제조면허도 최소 1kL 이상의 발효조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10m2의 공간과 세척, 병입시설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통신판매도 가능하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식품명인과 무형문화재가 아니고서는 면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식품명인, 혹은 무형문화재거나. 아니면 가문 대대로 빚어오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면허를 득하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2. 농민주

1993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하여 만들어진 면허입니다. 후술할 지역특산주 면허의 전신으로 사업자 중 실제 농업 종사중인 농민이 있어야 하는 등의 여러 조건이 있었죠. 현재는 추가적으로 발행되지 않는 면허이며 이런 면허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충분합니다.

3. 지역특산주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부분의 양조장들, 그리고 하필 그런 양조장의 위치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있다면 대부분 이 면허로 생산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은 없어진 농민주 면허의 후신으로 이런저런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실행되고 있죠.

현재 국세청이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내리는 지역특산주 면허의 정의는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및 그 인접 특별자치시·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제조하는 주류로서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 도지사의 제조면허추천을 받아 제조하는 주류’
입니다.

그런 탓에 해당 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선 양조장 소재지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추천서를 받은 뒤에 면허 획득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자체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선 사업주체가 농업경영체거나 농업인이어야 하며, 술을 빚는 주 원료로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 훅은 그 인접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써야 합니다. 만약 술에 들어가는 재료가 여러 개라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위 3개의 재료로 지역 농산물을 써야하죠.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제조자를 위한 가이드북 2022)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제조자를 위한 가이드북 2022)

그리고 시설조건은 탁·약주의 경우 10m2, 과실주와 증류식 소주의 경우 25m2 의 생산시설이 필요하며 추가적으로 여과, 세병, 병입, 밀봉 시설이 요구됩니다. 추천서도 필요하고 술을 만드는 데 원료의 제약이 있는 대신 일반면허 대비 50%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한 통신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소규모 면허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제조자를 위한 가이드북 2022)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제조자를 위한 가이드북 2022)

소자본으로 양조장을 창업하려는데 지역특산주 추천서를 받기 힘들다면 자연스레 소규모 면허로 창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 다섯 개 주종만이 소규모 면허의 발급 대상이며, 사진에서 보듯 시설 면적 제한은 없으나 발효조나 저장조에 용량 제한이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써야하고, 추천서도 받아야 하는 지역특산주보다는 일견 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소자본 창업에 유리해보일 수도 있는데요, 만만찮게 제약사항들이 따라붙는 편입니다. 일단 통신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에게 술을 팔고자 한다면 소비자가 직접 와서 구매해야 하며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한 판매는 위법입니다. 또한 지역특산주가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이 없으며, 선술했듯 발효조 용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자동화 대량생산에 부적합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5. 일반면허 

마지막으로 일반면허입니다. 민속주, 농민주, 지역특산주, 소규모 면허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체라면 모두 일반면허로 술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면허는 다른 모든 면허보다 설비에 대한 최소 요건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발효 및 저장, 제성조 용량을 기준으로 탁·약주의 경우 총 5,000 L, 청주는 12,200 L, 과실주는 43,500 L, 그리고 증류식 소주는 30,000 L 용량의 탱크가 필요합니다. 이런 거대한 용량의 탱크를 놓을 공간도 공간이지만 해당 용량을 충족하는 스테인레스 탱크의 가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탁·약주를 제외한 주종의 경우 500배율 현미경과 인큐베이터를 포함한 품질관리용 실험장비도 필요하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그래서 국순당이나 지평막걸리 등 대규모 자동화설비를 갖추고 원료원가나 공급의 문제로 지역 농산물 이외의 농산물로 술을 만드는 경우 대개 일반 주류제조면허로 술을 만듭니다.

일반면허로 생산된 술은 최종 소비자에게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한 통신판매를 하는 것이 불법이며, 충분히 인지도가 있고 유명한데도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와있다면 대부분 지역특산주 면허로 만들어지는 술이지 일반면허로 제조되는 술은 아닙니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살 수 있는 술은?

결론적으로 민속주, 농민주, 지역특산주 면허로 만든 술만을 인터넷 쇼핑몰이나 전화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 업계의 큰 기업 중 하나인 국순당을 예로 들자면, 횡성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국순당 생막걸리, 백세주 등의 제품은 각각 일반탁주, 일반약주 제조면허로 생산되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농업법인으로 분리된 자회사 '국순당 여주명주(주)'에서 지역특산주 소주면허로 생산하는 고구마소주 '려'는 자체 쇼핑몰을 통해 일반 소비자도 구매가 가능한 것입니다.
다시 글 앞머리에 언급했던 원소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원소주는 전통주가 아니라서 통신판매를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지역특산주 면허로 제조되고 있으므로 통신판매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함에도 통신판매를 하지 ‘않’았다.”
가 정답입니다. 

통신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우리술들이 지역특산주 면허로 만들어지고, 양조장 수도 요 몇 년 새 굉장히 늘어났는데 생각보다 인터넷 판매를 하는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인터넷 판매를 할 수는 있는데 여건상, 혹은 전략적으로 안 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소비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통신판매를 하면 양조장에 큰 이득이 될 것’ 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실상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터넷 쇼핑몰로 구매하는 일반 고객들이 술을 살 때는 보통 박스단위로 구매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낱개 구매 단위이고 이런 형태의 주문이 잔뜩 쌓입니다. 이 말인 즉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모니터링하고, 주문에 따라 술을 소분해 포장하고, 택배로 발송하는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탁·약주의 이송 중 병이 파손되거나 내용물이 터졌을 경우 새어나온 술로 인해 발생한 다른 화물의 피해를 양조장 측이 오롯이 보상해줘야 하죠. 

한 명의 인건비와 파손시의 리스크를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의 매출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 발생한다면 응당 통신판매를 하겠지만 모든 양조장의 여건이 그러하진 못 합니다. 오히려 도매등 유통을 능히 해낼 수 있는 납품처 통해 한 번에 많은 양의 술을 납품하는 쪽이 훨씬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 면허의 형태와 양조장마다 다른 여건. 그것이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는 우리술과 그렇지 못한 우리술을 나누는 요인이라 하겠습니다.

이희윤 양조사 는2014년 한국전통주연구소 에서 우리술을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주인선발대회', '궁중술빚기대회', '대한민국 명주대상' 등 가양주 대회에서 수상하였다.

이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식품미생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국순당 부설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같이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있다.
 

저작권자 © 영월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